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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동물에서 10% 정도는 동성애 관계 형성
동성애는 현대 진화학의 골칫덩어리 중 하나다.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기 위한 본능적 행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진화학 입장에서는 자식을 만들 수 없는 동성끼리 커플을 이루는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 종에서의 동성애가 광범위하게 연구됐으며, 거의 모든 동물 종에서 동성애 또는 동성끼리 연합해 살림을 꾸리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학술지 ‘생태학과 진화 경향(Trends in Ecology & Evolution)’ 최신호에 실린 논문이 주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진화생물학자 네이던 베일리 교수 팀은 이 논문에서 “돌고래, 펭귄, 기린, 초파리, 보노보 등 이미 알려진 동물보다 훨씬 더 많은 동물 종이 동성 간 짝짓기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동성 짝짓기 현상은 돌고래, 펭귄 등 1000여 종 동물에서 관찰됐지만 이 논문은 벌레, 개구리, 새 등 거의 모든 동물 종에서 이런 현상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동성애 현상을 보이는 동물 종에서는 대개 개체 중 10% 정도가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런 비율은 인구 중 동성애자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
예컨대 하와이 오아후 섬의 앨버트로스 새끼 중 3분의 1은 ‘레즈비언’ 커플에 의해 길러진다. 앨버트로스 수컷이 줄어들면서 한 암컷이 낳은 알을 두 암컷 앨버트로스가 부화시키고 보살피는 것이다. 이 두 암컷 앨버트로스의 관계는 일시적이 아니라 평생 계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레즈비언 앨버트로스의 공동 양육이 없었다면 오아후 섬의 앨버트로스는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독일의 브레머하펀 동물원에서는 펭귄 ‘게이’ 커플이 한 암컷 펭귄이 버린 알을 분양 받아 수컷들끼리 부화시키고 기르는 것이 확인돼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3년 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고래와 기린 수컷끼리의 동성애 장면을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기도 했다. 유럽의 최대 맹조인 수염수리는 짝짓기의 4분의 1이 동성 사이에 이뤄진다.
동물들이 동성끼리 짝을 이루는 이유는 동물 종마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머리가 좋은 병코돌고래는 수컷끼리 유대를 다지기 위해 동성애를 하며, 역시 사람과 가장 가까운 보노보는 화해와 친교를 위해 동성애를 한다. 보노보는 암컷끼리 동성애를 하면서 오르가슴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
동물의 동성애가 어떤 진화적 이익을 가져다주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앞으로 사람의 동성애 현상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텔레그라프 등이 17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