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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donga.com/It_List/3/08/20121009/49959600/1


뇌 없는 단세포 생물인 점균류(粘菌類)가 마치 첨단 로봇처럼 전에 있던 자리를 기억해 복잡한 장애물을 지나 방향을 찾아 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8일 보도했다.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진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이 이동하면서 점액을 분비하고 원래 자리로 되돌아올 때 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런 점균의 능력은 뇌 등장 이전에 원시 생물이 문제를 해결했던 방식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고 있다면서 "이들은 지능에 관한 개념을 다시 규명하게 만드는 놀라운 존재"라고 지적했다. 

썩은 나무 따위에서 나오는 누렇고 끈적끈적한 점균은 한때 일종의 곰팡이로 생각됐으나 연구 결과 `원생(原生)생물'로 불리는 일종의 미생물 군집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 대상인 황색망사점균은 똑같은 세포핵 수백만개를 가진 거대한 단일세포로 크기가 최고 900㎠나 되며 몸을 확장하거나 수축하는 하는 방식으로 먹이를 찾는다. 

이 점균은 이동하면서 반투명의 두터운 점액층을 남겼다가 돌아갈 때는 이를 피해 가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연구진은 이들이 이런 `젤 흔적'을 일종의 기억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점균이 사람과 같은 기억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오해라면서 "점균은 뇌는 커녕 뉴런도 없기 때문에 사람처럼 기억을 만들어내거나 저장하거나 불러낼 능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다만 기억에 관한 자신들의 정의가 `과거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저장하고 되살리는' 수준의 광범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점균류가 동화 `헨젤과 그레첼' 속의 빵부스러기나 그리스 신화 속 `아드리아드네'의 실처럼 온 길을 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이들은 로봇의 길찾기 실험에 흔히 쓰이는 것처럼 먹이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U자 형 장애물을 지나가야 하는 장치를 만들어 놓고 점균류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일부 실험에서는 점균류가 자신이 남긴 흔적을 찾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어 점균류가 남긴 점액 위에 다른 젤을 덮어 씌워 놓고 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는데 자신의 흔적을 찾아낸 황색망사점균은 그렇지 않은 것들에 비해 먹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3배나 높았고 소요 시간은 평균 30% 짧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자신의 흔적이 가려진 곳에서 돌아가야 하는 점균은 이리저리 방황하느라 돌아가는 데 10배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실험이 뇌 없는 생물의 공간 기억 시스템을 보여주는 최초의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는 먼 과거에도 원시 생물이 문제 해결을 위해 표면화된 기억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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