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세상속에 뿌옇게 살던 내게
은빛 바다가 보였다......
나에겐 다가갈수도 만져볼수도 없던
그런 바다였기에
어린 아이가 별을 좋아하듯
난 그렇게 좋아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랬어야만 했다.
그 바다가 나에게 다가왔다 하더라도....
한번도 본적 없는 그 은빛바다
난 그 바다에 발을 담그면서도
그 향기, 바람, 햇살에 익숙해지지 않으려
항상 늘 의식하며 애쓰기도 했었다.
움직이지 않을 바다가 내게 왔듯이
움직이지 않을 바다가 내곁에 계속 있을거 같지 않았기에...
그런 생각에 였을까?
몇번의 파도에 나는 바다에서 밀려났고
더이상 익숙해지기 전에 그 해변을 떠나려했다.
익숙해진 것을 떠남은 단지 돌아섬이 아니라
그곳에 익숙해진 나의 일부를
자르고 가야하는 아픔이기에....
하지만 그 은빛 바다는 아직 그자리에 있었고
나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곤 했었다.
그리고 어느날 다시 파도에 밀렸던 나...
이번엔 정말 그 익숙함을 자르고 돌아서려 했지만...
벌써 내 몸은 은빛 바다색으로 물들어
그곳을 떠날수 없게 되었다.
어쩜 잘된 일이라 싶었다.
이제 온전히 바다와 같이 할수 있을것 같았기에
그리고
설래는 맘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웃으며 나는 이제 이바다를 떠나지 않을거라며
하지만....
그 바다는 나를 물들였던 은빛이 아닌
다른 바다처럼 이미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바다는 말한다.
늦었다고. 이제 내가 들어갈 곳은 없다고
그런 바다를 보며 나 자신을 자책하고 원망하며
결국 난 빈 껍데기 같은 몸을 끌고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왔지만
그곳에 남겨진 나의 마음과 미련으로
돌아올 메아리 없는 외침을 해보기도 했지만
바다는 다시 은빛으로 돌아오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본다.
그 바다는 어쩜 원래 푸른색이지 않았을까라고
단지 잠깐 힘들었던 바다가 은빛으로 지나가던 길앞에
내가 서 있었던것 뿐 아닐까 하고
더 빨리 본연의 푸른색으로 돌아왔어야 했는데
나때문에 조금 늦어진 것은 아닐까하고...
작은 은빛바다에 서 있던 사람은 나 뿐이였지만
넓고 푸른게된 바다에게 난
그 넓은 바닷가에 수많은 모래알갱이 중
조금 특이한 녀석이 된것이 아닐까 하고..
한때 작은 은빛 바다였던
그 바다는
지금은 너무나 넓고 푸른 진짜 바다가 되어
거센 바람과 폭우에도 꿈쩍도 않게 되었지만
은빛 익숙함을 잘라 껍데기만 남은 나는
작은 바람에도 날아갈까
참 좋았던 한때의 해변에 모래 한움큼과
참 아픈 지금의 해변의 모래 두움큼을
내 안에 채우고 있다.
2016.8.16 12:10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