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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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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결국 이렇게 되었다.
모처럼의 여유에 잡은 펜이
오히려 짜증을 부르고 있다.
쓸것이 없기도 하지만
써지질 않는다.
내가 할수 있었던 것을
못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짜증이 밀려온다.
내자신이 단지 말하는
마네킹이 된 기분이다.

두장째 종이를 채우며

두장째 종이를 채우며
다시한번 절박함이란
요건을 떠올리게 되었다.

너무 아니했던 것이다.
그런 나를 알기에
오늘밤 펜을 드는 것이
그렇게 망설여졌던 것이다.

내 자신이 이것을 낙서라
부르긴하지만
이짓을 하는 목적이
단순이 빈공간을 의미없는
단어들로 채우는 것은 아닌데
가슴속에 맺힌 작은 덩어리들을
머리속을 맴도는 온갖 잡생각들을
하소연하듯 적었던 것인데

세상의 충격에 견디려
단단해진 머리와
세상에서 도피해
차가운 얼음속에
동면 중인 가슴 그대로
뭔가를 하려한 것이다.

종이와 펜과 나사이
그 좁은 공간사이에서도
나는 거리를 두고 경계하며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지
못한것이다.

내가 아닌 사람들이 보는 나로서
종이앞에 있었던 것이다.

조금씩 기억이 난다
하루에도 몇개의 낙서를 끄적이던
그때의 느낌이
조금씩 얼었던 가슴이
녹아 내리는 느낌이다.

이느낌이구나
그래서 내가
이앞을 떠날수 없었던 거구나

부디 다음에는
나를 가린채
나를 쓰는 일은 없기를....

  
홈지기
굉장히 길어져 버렸다. 유월에 첫 주말 창문 넘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밤바람을 느끼며 침대위에 있는 종이를 꺼냈다. 항상그렇듯 처음에는 이런저런 말들을 적어 갔다. 하지만 한장을 채우고 두장째가 될때쯤 말을 채워넣는 이상에 것을 할수가 없었다. 갑자기 짜증이 나기 시작했구 노래도 꺼보고 나름 고심하면서 한자 한자 적어 갔지만 안되는것은 안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적은 것이 위에 것이다. 위에 글 마지막을 적어갈때쯤에는 정말 왠지 모를떨림을 느낄수 있었다. 뭔가 대단한 것을 해냈을때의 뿌듯함 같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순지한 한 소년이 오랬동안 짝사랑했던 소녀에게 준비했던 많은 말은 못하고 투박하게 좋아해라고 말하고 나서의 느낌일까나...


조금씩 나이를 먹을수록 그렇게 하늘 한번 여유있게 볼시간이 없어질수록 어릴적 읽었던 소나기에 나오는 냇가와 소년과 소녀가 그리워 진다. 방과후에 내리째는 황금빛 10월에 햇살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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