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연휴는 상당히 길었다.
어릴적 나에게 추석이나 명절은
나만의 공간을 빼앗기는 그래서 조금은 불쾌한 기간이기도 했다.
많은 친지들이 찾아와 결국 나는 나의 방에서 자지 못하고 어딘가 한쪽 구석에서 밤을 보내야 했기에.....
나이가 들면서는
그런 생각보다는
볼때마다 불쑥 커져 있는 조카들이나 사촌동생들을 보며
와... 애기들이 벌써 이렇게 컷구나 하는 감탄으로 보내기도 했었다.
올 추석은.....
추석당일까지는 언제나와 같이
친척들과의 음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추석 다음날 좀 피곤함에
저녁때 집밖으로 나왔다.
그렇다고 멀리 간건 아니고
온통 논과 밭으로 둘러 쌓인 집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문든 위에서 말한 피곤함에
잠시 앉고 싶어 졌는데........
눈에 보인것이 내 차였다.
어디서 본 영화 장면일지도 모르겠지만...
본네트쪽에 올라가 차의 앞유리에 기대서 누웠다.
눈에는 흐릿한 별 몇개가 보였고
무심코 들고 나온 폰에선 좋아하는 조용한 노래가 나왔고
무심코(?) 들고 나온 맥주 한병은 너무나 시원했다.
시골이다.
주변의 소리라곤
풀벌레 소리
한두시간에 한번쯤 들리는 멀리 기차소리
보이는 불빛은 등뒤 집의 불빛 말곤 없었다.
침대는 과학이란 메트리스도 아니고
무슨 메모리폼도 아닌
차가운 철판위에 누웠지만
너무도 편안했다.
막히는 교통체증
그안에서 내뿜는 담배연기로 가득한 내차이지만......
그위에서 그런 안식도 느낄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분명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도 많이 하지 않는 일이지만
혹 이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혹 시골에서 약간에 시간이 난다면
이슬이 내리기전
쪽빛 하늘의 모습부터 하늘의 색이 변해가는 모습을
차위에 누워 보는 기분을 한번쯤은 느껴 보길....
사진 : 2004년 11월 학관앞.....
bgm : Keren Ann~Not Going Anyw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