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조건서 무한보게 증명…일반화엔 한계2009.01.14 19:35
지구에 생명체가 처음 생겨났을 때, 그 시절엔 디엔에이(DNA·디옥시리보핵산), 아르엔에이(RNA·리보핵산), 단백질 가운데 무엇이 먼저 생겨났을까? 생명의 기원에 관해 여러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명 진화의 초기에 디엔에이와 단백질 없이도 아르엔에이가 먼저 홀로 출현하는 게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스크립스연구소의 제럴드 조이스 박사 연구팀은 최근 무한히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는 ‘아르엔에이 효소’를 실제 구현하는 데 성공해 최근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발표해, 이른바 ‘아르엔에이 세계’ 가설에 힘을 실어 주었다.
‘아르엔에이 세계’ 가설이란 생명체가 생겨났던 태초엔 아르엔에이가 유전 정보를 간직하는 기능(지금 디엔에이의 기능)과 생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 기능(지금 단백질의 기능)을 모두 다 했을 것이라는 가설로서, 1980년대에 제기돼 그동안 생명 기원 논란의 한 축을 이뤄 왔다.
연구팀은 한 쌍의 아르엔에이 효소를 만들어 적당한 조건을 주었을 때 아르엔에이가 자신의 분자 정보를 무한히 복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복제 과정에선 돌연변이들이 출현하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효소가 살아남는 식으로 분자 정보가 유전됨을 보여줌으로써, 자기복제와 돌연변이, 유전이 아르엔에이 효소에서 모두 구현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런 연구가 지상 생명체가 모두 이런 식으로 진화했음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영훈 카이스트 교수(화학)는 “이런 가설과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면, 본래 불안정한 화합물인 아르엔에이가 오랜 진화를 거치면서 유전 정보 보관 기능은 안정적 물질인 디엔에이에 넘기고, 촉매 기능은 훨씬 더 많은 종류를 만들어 갖가지 기능을 할 수 있는 단백질에 넘기면서 변해 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