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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을 토대로 인류의 진화를 설명하는 과학자들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3억 6,500만년 전인 데본기(Devonian period) 후기, 물고기와 유사한 피조물이 여덟 개의 손(발)가락이 달린 사지(limbs)의 힘을 빌어 얕은 물에서 육지로 올라왔다고 한다. 이 사지는 지느러미로부터 진화한 것으로, 이 진화과정에서 우리의 조상은 지느러미를 구조적으로 지지하는 동시에 지느러미의 발생을 유도하는 「방사상털」(actinotrichia)이라는 단단한 섬유를 상실하였다. 그리고 손(발)가락의 수는 나중에 5개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자들의 추론을 뒷받침하는 유전학적 해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어류가 포유류로 진화하는 과정은 하나의 `설`로만 치부되어 왔다.

마침내 물고기가 네발 달린 척추동물로 진화한 과정을 밝히는 유전학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의 마리-앙드레 아키멩코(Marie-Andree Akimenko)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Nature 6월 23일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인류의 오랜 조상이 지느러미를 상실하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연구진에 의하면 지느러미의 발생을 유도하는 유전자의 상실이 물고기의 진화를 초래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방사상털」을 코딩하는 액티노딘(and: actinodin)이라는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이 유전자는 제브라피시와 고대의 어류에는 존재하지만 네 발 달린 척추동물(tetrapods)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연구진이 제브라피시의 and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자, 지느러미가 발생하지 않고 사지의 발육과 손(발)가락의 수를 조절하는 유전자 발현이 저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키멩코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하여, 지느러미가 절단된 이후 재생되는 과정에서 가장 활발하게 발현되는 유전자를 찾던 중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두 개의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두 개의 유전자들은 「방사상털」에서 발견되는 엘라스토이딘(elastoidin)이라는 복잡한 콜라겐유사구조의 구성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였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시의 게놈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여 유사한 단백질을 코딩하는 두 개의 유전자를 추가로 발견하였다. 연구진은 이상에서 밝혀진 총 4개의 and 유전자를 근거로 하여, 제브라피시의 배아와 성체에서 「방사상털」이 나타나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다른 경골어류(bony fish)의 게놈에서도 4개의 유전자를 찾아냈지만, 네발 달린 척추동물의 게놈에서는 이 4개의 유전자를 찾아낼 수 없었다. 한편 연구진은 이 유전자들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간 끝에, 코끼리상어(elephant shark)의 게놈에서 이 유전자들과 부분적으로 유사한 시퀀스를 갖는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코끼리상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악척추동물(jawed vertebrates)로서, 지금으로부터 4억 5,000만년 전에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모폴리노(morpholinos, RNA에 결합하여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작은 분자)를 이용하여 제브라피시의 배아에서 두개의 and 유전자(and1과 and2)가 발현되는 것을 억제해 보았다. 그 결과 제브라피시의 배아에서는 「방사상털」이 발생하지 않았고, 지느러미 역시 더 이상 발생하지 못하고 퇴화해 버렸다. 연구진은 다음으로, 재생되고 있는 제브라피시 성체의 지느러미에서 두 개의 유전자를 같은 방법으로 억제해 보았다. 그 결과 「방사상털」의 분포가 영향을 받았고, 사지와 손발가락의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발현되었다. (다른 동물의 경우 이 유전자들이 비정상적으로 발현되면 - 손발가락이 여덟 개 였던 초기의 육상 척추동물처럼 - 손발가락의 수가 정상보다 많은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많은 생물학자들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번 연구는 and 유전자의 상실이 「지느러미 → 사지 전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두 개 유전자의 변화를 갖고서 엄청난 진화적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과학자들은 진화 과정에서 새로운 유전자가 나타나 새로운 기능을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 연구는 특정 유전자의 존재여부가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거나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정 유전자의 상실은 진화를 이끌어 가는 창조적인 힘이 될 수 있다."라고 독일 콘스탄츠 대학에서 물고기의 유전자진화를 연구하는 악셀 마이어 박사(Axel Meyer, 생물학)는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연구에도 불구하고, 지느러미 상실과 유전자 상실 간의 인과관계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진정한 문제는 「우리가 지느러미를 잃었기 때문에 and 유전자를 상실한 것인가, 아니면 and 유전자를 상실했기 때문에 지느러미를 잃은 것인가?」이다. 우리가 진화론적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항상 당면하는 딜레마는 직접 실험을 통한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라고 스위스 연방공대의 데니스 뒤부르 박사(Denis Duboule, 진화발생생물학)는 말했다.

연구진도 이번 연구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즉, 이번 연구는 모폴리노의 짧은 수명 때문에 며칠 동안밖에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따라서 and 유전자의 교란이 「지느러미 → 사지 전환」과정에서 상실된 지느러미의 다른 부분까지도 설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연구진은 장차 마우스에게 and 유전자를 도입하여 이 유전자가 사지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할 예정이다. 또한 총 4개의 and 유전자 중 이번 연구에서 다루어 지지 않은 두 개의 and 유전자에 대해서도, 그 역할과 발현이 조절되는 과정을 분석할 예정이다. "and 유전자는 지느러미가 사지로 진화한 것을 설명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며, 다만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짜맞추어야 할 많은 퍼즐조각의 일부분일 뿐이다."라고 아키멩코 박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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