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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선택에 대해 나의 온 지식을 동원해서 설명하고 싶지만


자연선택이 현제 진화론의 기본개념이기에 자칫 나의 실수로 이것이 왜곡될까 두려워 네이버캐스트 내용을 참조하고자 한다.



생물의 세계는 서둘러 원리로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하다

물리학자들이 생물학자들에게 던지던 힐난은 유치한 것으로부터 심각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확인되지도 않은 IQ 수치를 들먹이며 생물학자로 그들에 대적할만한 사람이 있느냐는 물리학자들의 유치한 집안 자랑에 생물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황해 했다. 보다 심각한 도전은 생물학에 진정 물리학처럼 자연 현상의 고유한 속성을 일반화하는 원리(principle)가 있기나 한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온갖 수준의 원리들로 중무장한 물리학과 달리 생물학은 태생적으로 원리를 앞세워 사물의 특성이나 현상을 가지런히 정리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찰결과들을 풍성하게 쌓는 걸 더 좋아한다. 생물의 세계는 서둘러 원리로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다.

 

 

진화가 일어나기 위한 4가지 조건 : 변이, 유전, 경쟁, 자연선택

굳이 생물학에도 원리가 있다고 밝히려는 것은 아니지만 다윈의 진화론은 원리라고 일컫기에 아무런 손색이 없기에 설명해 보고자 한다. 1858년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와 함께 영국 린니언 학회(Linnean Society)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다윈은 진화가 일어나기 위한 조건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들었다. 

 

1. 한 종에 속하는 개체들은 각자 다른 형태, 생리, 행동 등을 보인다. 즉 자연계의 생물 개체들간에 변이(variation)가 존재한다.
2. 일반적으로 자손은 부모를 닮는다.  즉 어떤 변이는 유전(heredity)한다.
3. 환경이 뒷받침할 수 있는 이상으로 많은 개체들이 태어나기 때문에 먹이 등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competition)할 수밖에 없다.
4.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형질을 지닌 개체들이 보다 많이 살아남아 더 많은 자손을 남긴다(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

  

변이가 있어야 선택이 의미가 있다

첫째 조건인 변이에 관하여 잠시 살펴보자. 자연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형질들에는 대체로 변이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만일 변이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선택의 여지도 없다. 형질(character)이 동일한 개체들간에는 아무리 빈번한 선택이 벌어진다 해도 변화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선택은 변이를 가진 형질에만 적용된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 시간에 “주머니 속에 검은 공 X개와 흰 공 Y개가 있는데 무작위로 Z개의 공을 꺼낼 때 검은 공과 흰 공의 비율이 W:V일 확률은 얼마인가?” 따위의 문제를 풀던 기억이 나는가? 그런데 만일 이 문제를 “주머니 속에 검은 공 만 X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무작위로 Z개를 꺼낼 때 그 공들이 모두 검은 공일 확률 또는 흰 공일 확률은 얼마인가?”로 바꾼다면 어찌 되겠는가? 다윈은 변이가 바로 변화를 일으키는 실체라고 설명한다.



11111111111.jpg

식물을 조사하는 유전학자

 

 

유전하는 것만이 자연선택의 대상이다

이러한 변이들 중 유전하는 것만이 자연선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둘째 조건이다. 다세포생물은 기능적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종류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몸의 구조를 이루는 체세포(somatic cell)이고 다른 하나는 번식을 위해 만들어지는 생식세포(reproductive cell)이다. 한 생명체가 생애를 통해 아무리 많은 변화를 겪는다 해도 그것이 생식세포내의 변화가 아니면 다음 세대로 전해질 수 없다. 체세포의 변화는 당대에만 나타날 뿐 자손에는 전달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라마르크의 ‘획득형질의 유전’ 개념의 맹점이다. 당신이 만일 금발의 딸을 원한다면 ‘금발 유전자’를 지닌 북구의 여인과 결혼해야지 미용실에서 금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한국 여성과 결혼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정된 자원 때문에 경쟁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셋째 조건은 다윈이 경제학자 맬서스(Thomas Malthus)의 ‘인구론(1798)’을 읽고 깨달은 개념이다. 다윈이 태어나기 이미 10여 년 전에 발표된 이 논문에서 맬서스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서 만일 환경적인 제한요인이 없다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함을 관찰했다. 맬서스의 영향으로 수학을 끔찍하게 싫어했었다는 다윈도 “고통을 감수하며” <종의 기원>에서 다음과 같은 계산을 했다.

코끼리는 대개 30세가 되어야 번식을 시작하여 100세 정도에 멈추는데 암컷 한 마리가 평균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만일 코끼리 한 쌍이 750년 동안 번식을 한다면 [그리고 일단 태어난 코끼리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거의 1천9백만 마리의 코끼리가 태어날 것이다(Darwin 1859).

 

내가 최근에 번역하여 내놓은 <벌들의 화두>에는 20세기 초 두 사람의 곤충학자들이 다음과 같은 계산을 해낸 것을 소개하고 있다.

4월에 활동을 시작한 한 쌍의 파리의 자손이 만일 모두 살아남는다면 8월쯤에는 파리가 191,010,000,000,000,000,000 마리나 될 것이다. 

 

한 마리의 파리가 어림잡아 2cm3의 공간을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이는 지구 전체를 14미터의 높이로 뒤덮는 수치이다. 현대생태학의 발달에 누구보다도 큰 공헌을 한 생태학자 로버트 맥아더(Robert MacArthur)는 훨씬 더 자극적인 계산을 했다.  

만일 20분마다 세포분열을 하는 박테리아가 있다고 가정하자. [태어난 박테리아는 아무도 죽지 않으며 자원도 무한정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36시간 후면 박테리아의 살이 지구의 표면을 한 자 가량 뒤덮을 것이다. 그 후 한 시간이면 우리 모두의 키를 넘길 것이고, 몇 천년 후면 어느 생물이라도 그 무게가 우주의 무게와 맞먹을 것이며 그 부피는 저 우주를 향해 빛의 속도로 팽창할 것이다 (MacArthur 1972). 

 

실험실 배양접시에서 자라는 박테리아가 한없이 성장하여 꿀꺽꿀꺽 넘쳐흐르지 않는 이유는 바로 한정된 자원 때문이다. 영양분을 계속 공급하기만 하면 공상과학영화의 외계생물이 우리 몸 안에서 성장하여 구멍마다 뚫고 기어 나오듯 넘쳐흐를지도 모른다. 죽음이 생명을 허락한다. 맬서스가 밝힌 대로 어느 개체군이건 대부분의 개체들이 번식기에 이르지 못하고 죽기 때문에 다른 개체들이 살아 남아 번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222222222.jpg  '종의 기원'을 발표한 직후의 다윈(1809-1882)

 

 

모든 개체가 똑같은 수의 자손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자연선택의 넷째 조건은 셋째 조건의 자연스런 귀결로 나타난다. 어느 개체군이건 태어나는 모든 개체들이 다 번식의 기회를 갖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개체들은 번식기에 이르기 전에 죽어 사라지고 주어진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형질들을 지닌 개체들만이 살아 남아 자손을 남기게 된다. 아무리 변이가 존재하고 또 유전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개체가 다 번식기에 이르러 똑같은 수의 자손을 남긴다면 그 개체군의 유전자 빈도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진화란 유전자들이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개체들의 번식을 도와 자신들의 복사체를 보다 많이 퍼뜨리려는 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간은 진화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이 네 가지를 묶어 흔히 진화의 필요충분조건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이 네 가지 조건이 모두 함께 갖춰져야 진화가 일어날 수 있고 또 모두 갖춰지기만 하면 진화는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나는 “인간은 진화하기를 멈췄다”고 주장한 굴드(Stephen J. Gould)의 궤변을 용서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우리 인간이 더 이상 발가벗은 채로 자연에 노출되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처럼 자연선택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는데 그걸 누구보다도 훤히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거짓을 말한 그를 학자로서 존경하기 어렵다.

자연선택의 ‘자연’은 ‘인공’의 반대 개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위’의 반대 개념으로 쓰인 것이다. 저 산과 들의 자연에서 벌어지는 선택과정이라는 뜻보다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 아니라 구성원들간의 자연스런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이다. 우리 인간이 더 이상 저 대자연 속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진화를 멈췄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내가 위에 열거한 진화의 네 가지 필요충분 조건을 다시 한번 훑어보자. 우리들간에는 분명히 충분한 변이가 존재하고 그런 변이들의 상당수는 유전하며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거쳐 제가끔 다른 수의 자식을 남긴다.

 

 

아기 하나가 태어나는 순간 순간이 인간 진화의 현장이다

아기-1.jpg  

경제학에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과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이 있듯이 진화학에도 대진화(macro-evolution)와 소진화(micro-evolution)가 있다. 하나의 종(species)이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변화를 거쳐 새로운 종으로 분화하는 것이 대진화라면 시간에 따른 개체군의 유전자 빈도의 변화, 즉 세대를 거듭하며 개체들의 형태, 생리, 행동 등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소진화라고 한다. 세대가 아주 짧은 미생물의 경우에는 우리가 실제로 종의 분화를 목격할 수 있지만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다세포생물의 대진화를 관찰하기에는 우리 자신의 수명이 턱없이 짧다.

사람들은 흔히 대진화를 진화의 전부로 착각한다. 그래서 진화가 멈췄다는 궤변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지만 소진화는 결코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그리고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지구상 어딘가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고 있다. 그 아기가 갖고 태어나는 유전체(genome) 때문에 우리 인류 전체의 유전자군(gene pool)의 구성은 미세하지만 분명히 변화했다. 이것이 진화의 현장이다. 진화의 필요충분 조건 네 가지가 모두 일어나야 하지만 그 중 어느 하나라도 일어나지 않을 확률은 거의 없다. 진화는 결코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연선택설이 아니라 자연 선택의 ‘원리’라고 부르자

다윈의 진화론을 아직도 ‘자연선택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지만 금년을 기해 그런 실례는 더 이상 범하지 않길 바란다. 다윈의 자연선택에 관한 설명은 더 이상 가설(hypothesis)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다. 지난 150년 동안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쳐 당당히 이론(theory)의 지위를 획득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반드시 ‘자연선택론’ 또는 ‘자연선택의 원리’라고 부를 것을 주문한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진화란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면 자연선택은 사물에 근거하여 성립하는 근본 법칙 즉 원리(principle)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최재천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대담>등이 있다. 2000년 제 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본문 사이트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76

진화론을 언급하며 모든 것이 우연히 된것이다. 라는 말을 종종한다.
하지만 위에 언급된것 처럼 진화는 변이, 유전, 경쟁, 선택이란 요건이 충족되어야지만 가능한 것이다.

또 진화론을 언급하며 진화론은 생명탄생을 증명하지 못하기에 틀렸다라는 말은 하는데

생물학으로서 진화론은 진화의 방향과 원인 목적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본질적으로 생명이 어떤 방식으로 탄생했는가와는 상관이 없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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